[홍성용의 홍키자 빅테크] 그래도 우리는 화성으로 간다

2024-12-01 HaiPress

그리고 또 적자 …


또 실패,또 폭발


스페이스X의 시대


암스트롱 첫발 뗀 후 55년


머스크의 스페이스X 주도


민간우주 시대 접어들어


역대 최강 발사체 스타십


항공기 63대 합친 추력에


1단로켓 수직 착륙도 성공


기업가치 350조원 성장


트럼프 베팅한 머스크


정부 도지 수장 맡으면서


규제 없앨 기회 잡아


2040년대 화성 도시건설


머스크의 꿈 가까워져

◆ 매경 포커스 ◆


"우리는 달에 갈 것입니다.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가고 또 다른 목표를 이루기로 했습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입니다."


1962년 9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미국 텍사스주 라이스대에서 '미국이 달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 본격 불을 붙인 것이죠. 그리고 7년 뒤인 1969년 7월 20일. 미국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습니다. 닐 암스트롱 선장은 달에 착륙한 지 6시간 반 만에 착륙선에서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죠. "이 첫걸음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 작은 발걸음이지만,인류 전체에게 있어서 커다란 첫 도약이다"라고요.


그로부터 55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주도하는 우주 시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 시대 '뉴스페이스 시대'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뉴스페이스 시대가 아니라 '스페이스X 시대'일지도 모릅니다. 전 세계 우주 사업을 석권할 것만 같은 회사 바로 스페이스X입니다.


'재사용' 로켓을 만든다…스페이스X '스타십' 프로젝트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초대형 우주 발사체입니다. 목표는 화성 탐사용이죠. 높이 71m의 1단 로켓 '슈퍼헤비'와 2단 로켓이자 우주선인 높이 50m의 '스타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체 로켓의 높이는 120m이고,1단 로켓 슈퍼헤비의 높이만 아파트 23층 높이와 맞먹습니다.


스타십은 역대 최강 발사체로 꼽힙니다. 고도 200㎞의 지구 저궤도에 150t의 탑재체를 쏘아 올릴 수 있습니다. 발사체를 밀어 올리는 힘인 추력이 7700t 수준으로 기존 발사체 가운데 가장 셉니다. 보잉747 항공기 63대가 내는 추력과 같습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1.9t에 불과한 것과 비교해보면 월등한 능력이죠. 2024년 10월 13일 스페이스X는 5차 시험비행 만에 스타십 로켓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수까지 성공합니다. 스타십 발사 3분여 만에 전체 2단 발사체의 아랫부분인 슈퍼헤비 로켓이 상단 우주선인 스타십에서 순조롭게 분리됐습니다. 7분 후에는 슈퍼헤비가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와 수직 착륙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고요. 단 우주선인 스타십도 예정대로 비행을 마치고 별 파손 없이 인도양 해역의 목표 지점에 성공적으로 입수했죠.


5차 시험 비행의 핵심은 쏘아 올린 1단 로켓을 다시 지상으로 착륙시켰다는 점입니다. 쏘아 올린 로켓이 발사탑으로 수직 하강하고,발사탑에 설치된 젓가락 모양의 두 로봇팔로 로켓을 붙잡은 겁니다. 4차 시험비행까지 슈퍼헤비는 멕시코만 바다로 하강해 입수해왔지만,발사체로 돌아오지는 못했죠. 이제는 영화 속 괴물 고질라에 비유해 '메카질라'라고 이름 붙여진 젓가락 모양의 로봇팔 속으로 쏘아 올린 로켓이 수직 하강해 다시 돌아온 것입니다.


재사용을 위해 착륙하고 있는 스페이스X 팰컨9의 1단 로켓,발사탑 '메카질라'가 서 있는 모습,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우주선으로 지구로 귀환한 NASA 소속 승무원들. 스페이스X·연합뉴스


SNS 플랫폼 'X(엑스)'의 한 사용자가 되돌아오는 슈퍼헤비를 보고 "실화인가? 무슨 공상과학처럼 느껴진다"고 썼고,일론 머스크는 "허구가 없는 공상과학"이라고 답하면서 성취를 자축하기도 했죠.


다만 늘 성공할 수 있는 쉬운 기술은 아닙니다. 한 달여 뒤인 11월 19일 6차 시험비행에서는 로켓팔로 추진체를 잡는 데 실패했습니다. 대신 2단부인 스타십은 60여 분간 지구 저궤도 비행을 마친 뒤 인도양에 수직으로 착수했습니다. 특히 2단부는 불타지 않고 대기권에 진입했고,착수 직전까지도 폭발하지 않았죠. 머스크는 최대 120명이 탈 수 있도록 설계된 2단부도 지상에 수직으로 착륙시켜 재사용하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로켓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발사체 발사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는 스페이스X의 팰컨9은 회당 발사 비용이 6000만달러(약 810억원) 정도입니다. 당장 2023년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아리안 5호 로켓 회당 발사 비용이 1억6200만달러(약 2193억원) 수준인 것을 보면 압도적인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스타십으로 로켓을 재사용해서 회당 발사 비용을 200만~300만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입니다.


2022년 씨티은행이 발간한 '우주: 새로운 시대의 새벽'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주도했던 1960년대에는 발사 비용이 ㎏당 10만달러가 넘었습니다. 스페이스X는 2018년 처음 발사한 팰컨헤비에서 ㎏당 1500달러 수준까지 비용을 줄였죠.


머스크는 올해 더 대담한 계획을 내걸었습니다. ㎏당 10달러 까지 발사 비용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대륙을 오가는 국제선 화물 운송 요금이 3~7달러 수준이라는 점에서 혁명적인 목표입니다.


페이팔로 벌었던 돈 모두 쏟아부은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2002년 머스크에 의해 설립된 미국의 우주 탐사 기업입니다. 페이팔을 매각해 벌었던 1억5000만달러를 모두 이 회사에 쏟아부으면서 우주 사업에 매진했죠. 2008년 팰컨1이 지구 궤도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기 직전까지 발사가 세 차례 실패하면서 위기를 겪었는데,같은 해 나사로부터 15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내면서 기사회생했습니다.


어린 시절 골방에서 책 '코스모스'를 수없이 읽으면서 우주를 탐문하던 소년 머스크는 "이미 수십억 명의 지구인이 식량난과 물 부족,환경 문제를 겪고 있다. 인류가 지속해서 살기 위해서는 지구 이외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되뇌었죠. 머스크가 우주 사업에 골몰하는 이유입니다.


스페이스X는 2008년에 민간기업 최초로 팰컨1을 지구 궤도에 도달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2010년 첫 발사 성공 이후 현재까지 14년 동안 총 396번 발사됐습니다. 이 가운데 세 차례를 제외한 393번을 완전히 성공시켜 99%가 넘는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죠. 스페이스X의 2023년 발사 횟수는 96회였는데,이는 전 세계 발사 횟수의 43%에 육박했고요. 올해만 해도 100회 발사를 넘어서서 50회를 아직 넘어서지 못한 중국에 비해 2배를 웃돕니다.


로켓 사업 이외에 또 다른 사업의 한 축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입니다. 스타링크의 성장세도 거셉니다. 올해 9월 기준 4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2020년 10월에 스타링크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4년 만의 성과입니다.


현재 스타링크 위성망은 거의 6000개에 달하는 통신용 인공위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지상의 통신망이 닿지 않은 곳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려는 개인들을 비롯해 항공기 안에서 인터넷을 제공하는 항공사,크루즈선을 운영하는 기업 등이 주요 고객입니다.


스페이스X 가치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오는 12월 기존 주식을 주당 135달러에 매각하기 위한 공개매수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스페이스X의 가치를 2500억달러(약 350조원) 이상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 6월 진행했던 비슷한 방식의 주식 공개매수에서 기업가치를 2100억달러(약 293조원)로 평가받은 뒤 몇 달 만에 400억달러가 오른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머스크의 밀월이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페이스X 시장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껑충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머스크의 '트럼프 베팅'…스페이스X '고속 날개' 달았다


우주산업은 관련 업계와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기술의 종류도 다양한 데다 투자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어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머스크 창업자는 늘 정부와 삐걱대왔습니다.


머스크는 로켓을 만드는 것보다 관련 규제의 문턱을 넘기가 더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앞서 지난 9월에도 머스크는 연방항공청(FAA)이 스페이스X 로켓 발사 과정에서 안전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벌금을 물리자 크게 반발하며 FAA 수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죠.


나사도 머스크의 우주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한 적이 많았습니다. 머스크가 전기차,바이오,금융,에너지 등 문어발식 경영을 하는 것을 문제 삼기도 했고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했을 때도 빌 넬슨 나사 국장이 "우주 탐사가 지장을 받지 않겠는가"라며 의구심을 나타냈고,스페이스X는 "결코 우주 탐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성명까지 내면서 나사를 안심시켜야 했죠.


머스크와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사업 전에 정부를 늘 설득해야만 했는데,이제 트럼프 당선인이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발탁한 겁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모든 규제를 본인 손으로 직접 없앨 기회가 온 것입니다.


도발적인 전망을 해보면 나사 신임 국장 자리에도 스페이스X의 간부를 임명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머스크의 계획이 곧 나사의 계획이 되는 것입니다. 나사는 그동안 아르테미스 달 탐사 계획을 위해 우주발사시스템(SLS)을 개발했는데,발사 비용이 비싼 데다 첫 발사에서부터 많은 문제를 일으켰죠. 아마도 아르테미스 계획도 스타십을 더 많이 이용해 빨리 진행되도록 대폭 수정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19일 스타십 6차 발사에도 머스크와 동행해 로켓 발사를 참관했습니다. 아마 머스크의 인간을 화성으로 운송하려는 꿈이 2기 트럼프 정부에서 국가적 우선순위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9월에 앞으로 2년 후에 화성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에 2500억원을 베팅한 것은 머스크가 인류의 화성 이주라는 큰 꿈을 이루기 위한 투자로 본 게 아닐까요? 2040년대에 우리는 화성에 도시가 건설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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