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 틀렸습니다”…맞춤법도 스포츠도 규칙의 그물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Books]

2025-01-11 IDOPRESS

알고리즘,패러다임,법 / 로레인 대스턴 지음 / 홍성욱·황정하 옮김 / 까치 펴냄

[사진 = 픽사베이] 어떤 규칙은 따르기보다 깨는 편이 낫다. 또 과거엔 옳았지만 현재나 미래엔 틀릴 수도 있다. 국가를 움직이는 법 체계도 마찬가지다. 국가에서 어떤 법을 도입할 때는 새로운 규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어떤 법규는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을 낳으며 우리사회를 옥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법규는 ‘악법’으로 평가되고 반발이 심할수록 사회에는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다. 모두가 비일비재하게 지키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한 규칙도 있다. 우리가 끊임없이 규칙을 바꾸거나 없애고,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간 ‘알고리즘,법’은 세계적인 과학사학자 로레인 대스턴 독일 막스플랑크 과학사연구소 명예소장이 우리 삶을 정의하고 장악해온 규칙의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 대스턴은 “우리는 규칙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재난,전쟁,테러 등으로 상황이 급작스럽게 바뀌며 그때까지의 규칙이 무너지는 혼란스러운 비상사태에도,우리는 원칙을 찾으며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분투한다”며 “규칙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고 쓸데없이 촘촘한 규칙에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지만,규칙이 없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우리는 규칙의 그물망 속에서 살아간다. 규칙은 근무 시간이나 공휴일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고 도로 교통의 흐름을 지휘한다. 스포츠 경기의 타점과 득점을 매기는 일이나 무엇을 기내 수화물로 들고 타거나 탈 수 없는지,누가 몇 살부터 투표할 수 있는지 등을 규정하는 것도 규칙이다. 요리 레시피,사용 설명서,맞춤법 등도 우리 일상을 통제하고 있다.

대스턴은 책의 제목처럼 알고리즘과 패러다임,법 등 크게 세 가지 범주로 규칙을 분류한다. 알고리즘은 측정 및 계산의 도구로서의 규칙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은 모델로서의 규칙이고,법은 국가와 국제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규칙을 어길 경우 제약을 가할 수 있도록 만든 강력한 규칙이다. 이 가운데 패러다임으로서의 규칙은 19~20세기에 걸쳐 알고리즘으로서의 규칙이 힘을 얻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이 점점 이상적인 모델보다 데이터를 더 신뢰하게 됐기 때문이다.

책은 직선 자로 시작된 고대의 규칙을 시작으로 기술의 규칙,기계적 계산을 이루는 알고리즘,인공지능(AI),자연법칙 등 세상을 이루는 다양한 규칙을 세 가지 대립쌍으로 분석한다. 즉,규칙은 재량권이나 주관성을 허용하며 ‘두껍게’ 만들어지거나 그 반대로 ‘얇게’ 만들어질 수 있고,유연하거나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그 범위에서 일반적이거나 구체적일 수 있다. 예컨대 롤 모델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따르는 두꺼운 규칙의 사례다. 반면 특정 값을 입력하면 철저히 그에 따른 결괏값을 도출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은 모든 가능성이 예견될 수 있는 얇은 규칙의 사례다.

이런 기준들로 규칙과 그 역사를 해부하면서 대스턴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다룬다. 규칙이 유연해지거나 엄격해지도록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지,무한하게 다양한 현실에 부합할 수 있는 절대적인 규칙이 등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독자는 우리 삶을 주름잡는 규칙에 대해 깊게 사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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