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하는 주인공 맡아, 막장 드라마 보며 감정 공부중"

2024-09-18 HaiPress

내년 마린스키 입단 전민철


UBC '라 바야데르'서 첫 주역


두 여자 사이서 갈등하는 역할


'부부의 세계' 보며 이해하는중


"발레엔 '완벽' 없어,평생 숙제


갈고닦아 세계적 인정 받겠다"

'라 바야데르'에서 솔로르 역할을 맡은 발레리노 전민철.

유니버설발레단


세계 무대로 비상할 차세대 발레리노 전민철(20)이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을 연기한다. 이달 29일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안무 마리우스 페티파) 솔로르 역할로 선보이는 첫 전막 발레 데뷔다. 내년 상반기 중 세계적인 발레단 러시아 마린스키 입단을 확정지은 상태라 그를 향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난 12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관객분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전민철은 184㎝의 큰 키와 긴 팔다리로 그려내는 유려한 춤선,깔끔한 기교,아이돌 스타 같은 외모 등으로 이미 발레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6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대한민국발레축제 무대를 시작으로 올여름 대형 극장의 발레 갈라쇼에서 잇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도 일찌감치 그에게 눈도장을 찍고 객원무용수로 섭외했다. 아직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신분이지만,지난해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에서 클래식 파드되 부문 1위에 오른 후 빠르게 성장했다.


7년 전 SBS '영재발굴단'에 출연했던 과거도 화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 역할을 뽑는 오디션에서 최종 후보로 출연했지만,키가 커서 탈락하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당시 13세 소년은 아버지가 '남자 무용수'의 꿈을 반대해도 "춤출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전민철은 "그 시절이 아니었다면 지금 발레를 안 하고 있었을 것 같다. 빌리 엘리어트는 내 인생의 가장 큰 터닝 포인트"라고 돌아봤다.



전사 역할인 솔로르는 무희 니키야를 사랑하지만 공주 감자티와 결혼하는,얽힌 관계의 중심에 있다. 전민철은 27~29일 열리는 총 5회차 공연 중 마지막 회차에서 유니버설 솔리스트 이유림(니키야 역),수석무용수 홍향기(감자티 역)와 합을 맞춘다. 나머지 공연엔 발레단 간판 무용수들이 대거 나오고,10월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마린스키 수석 무용수이자 그의 롤모델인 김기민도 출연한다. 전민철은 부담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지금 제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솔로르를 최대한으로 노력해 펼쳐보이겠다"고 했다. 특히 "김기민 무용수는 이 역할로 이미 높은 평가를 많이 받은 무용수라 완벽한 솔로를 보여주겠지만,기민이 형에게도 처음이 있었을 테니까요. (관객들께서도) 그런 첫 발걸음을 기대하고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복잡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 스무 살 민철에겐 아직 어려운 숙제다. 특히 1막 중 니키야와 솔로르가 오랜만에 만나서 춤 추는 장면엔 사랑의 달콤함과 오랜 그리움,들켜선 안 된다는 비밀스러움과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복합적으로 담아야 한다. 그는 "리허설 중 일차원적인 행복을 표현했더니 단장님과 지도위원께서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해 달라고 하셨다.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발레뿐인 일상 속에서 그는 '부부의 세계' 같은 '막장' 드라마를 보며 간접 경험을 늘리는 중이란다. "숨겨둔 사랑을 들킬 때 남자 주인공의 연기 같은 걸 참고하고 있어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요즘 더 크게 다가오는데,계속 경험이 쌓이면 또 새로운 춤을 보여드릴 수 있겠지요."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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