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2 HaiPress

주재환 작가 작품에 박재철 작가가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은 모습. [사진 출처 = 자하미술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 위에 관람객으로 찾아온 작가가 불쑥 그림을 그려 넣은 해프닝이 벌어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 서울 자하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던 원로 작가 주재환(84)의 개인전 ‘좀 살자’에 한국화가 박재철이 관람객으로 찾아왔다.
박 작가가 2층 전시장을 둘러보던 중 한 그림을 발견했는데 이 그림에는 ‘그리고 싶은 그림을 이 캔버스에 그려 보이소’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시 마지막 날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여긴 박 작가는 볼펜을 꺼내 캔버스에 슥슥 자기 얼굴을 그렸다. 그림 아래에는 ‘내 이름은 박재철’이라는 서명과 함께 날짜도 적었다.

원래 전시 전경. [사진 출처 = 자하미술관] 문제는 이 작품에 적혔던 문구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보이소’가 아닌 ‘그리고 싶은 아무 그림이나 이 캔버스에 마음으로 그려 보이소’였다는 점이다. ‘마음으로’라는 문구를 자세히 보지 못했던 것이다.
박 작가는 즉각 미술관 측에 자신의 실수를 알리고 사과했다.
이 일을 미술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주재환 작가도 괜찮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일은 더 커지지 않고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두 작가는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야기를 들은 강종권 자하미술관 관장은 주 작가를 찾아가 원래 작품과 박 작가의 실수가 더해진 작품을 함께 도록에 실을 것을 제안했다.
강종권 관장은 “나도 처음에 이 작품을 봤을 때 (박 작가처럼) 그렇게 이해해서 뭔가를 그려보고 싶었다”며 “물감으로 덮는 방법도 있었지만 도록에 함께 실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니 주재환 작가가 빙긋이 웃으며 이해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과 소통하려는 작품이 많은데 이번 일은 그런 소통 중에 예기치 못하게 생산된 또 하나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재환은 60세이던 1980년 민중미술의 중심에 있었던 미술운동 ‘현실과 발언’ 창립전으로 데뷔한 작가다.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되지만 일상의 사물을 재활용해 사회 풍자와 비판적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지난 13일 끝난 자하미술관 개인전에는 신작 40여 점 등 약 90점이 출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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