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도 ‘단골’인 호텔, 45년차 직원이 밝힌 뒷이야기 [호텔 체크人]

2024-12-01 HaiPress

■ 카할라 호텔 최장기 근속자 로나 베넷


‘오하나’ 정신,카할라 호텔이 지켜온 비결


한국 고객에게 추천하는 웰니스·미식 경험


앤서니 홉킨스 보려 화분 뒤에 숨었던 사연


호텔서 배운 ‘진심·협력’ 두 가지 귀한 교훈

하와이 오아후 섬 카할라 해변에 자리 잡은 카할라 호텔. 1964년 개관 이래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한 럭셔리 호텔의 산증인을 만났다. 1978년 입사해 45년간 카할라 호텔에서 근무한 최장기 근속자 로나 베넷(Lorna Bennett)이다.

45년간 근무한 로나 베넷 카할라 호텔 예약팀 담당자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식음(F&B)부서를 시작으로 재경,객실 부서를 거쳐 현재는 예약 부서에서 일하는 그는 직원들에게 카할라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45년간 카할라와 함께 호흡해 온 그를 만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봤다.카할라 호텔 입사 당시 호텔 모습과 분위기는.로비의 샹들리에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1978년 5월 25일,카할라 힐튼에 입사했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입사했다. 입사 전에는 지금의 남편인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호텔을 자주 찾았다. 마우이 출신인 내가 카할라를 처음 본 날이 떠오른다.

로비의 샹들리에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해변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남자친구 차를 타고 호텔 입구를 지났는데,로비에 걸린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샹들리에를 보려고 남자친구에게 몇 번이고 호텔 입구를 다시 돌아달라고 부탁했다. 그 샹들리에 모습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세 번의 거절 통보를 받고 체념하려던 찰나,호텔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을 보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어느덧 45년째다.

1970년대 후반,카할라 호텔은 사람들이 점차 알아가기 시작할 때였다. 호텔에는 돌고래와 루아우(하와이 전통 축제)가 열렸고,대니 칼레이키니(Danny Kaleikini)라는 멋진 헤드라이너가 있었다. 호텔 앞에 펼쳐진 눈부신 백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랫동안 이 호텔에서 일하게 된 이유는.

​인터뷰 하고 있는 로나 베넷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카할라는 내 삶의 일부다. 매일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가 쌓이고,이를 오하나(ohana,하와이어로 ‘가족’을 뜻함)와 고객에게 전하는 시간이 즐겁다.

직장을 묻는 질문에 카할라 호텔이라고 답하면,사람들은 관심을 보인다. 호텔 이름을 듣자마자 많은 이야기를 궁금해하고,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멋진 곳에서 일하고 있는지 실감한다. 이런 순간들이 내가 이곳에 계속 머물고 싶게 만드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입사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가장 크게 변했나.

처음 입사했을 때,카할라 호텔은 카할라 힐튼이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 인터내셔널 소속이었다. 지금은 카할라 호텔&리조트로 이름을 바꾸고,새 얼굴들이 많이 합류했다.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세대는 바뀌었지만 카할라 ‘오하나’라는 자부심은 똑같다.

여러 부서를 거쳤는데,각 부서에서 일하면서 얻은 가장 값진 경험은.

얻은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소중히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객실 예약부터 체크아웃까지,모든 순간에서 진심 어린 서비스가 필요하다.

​둘째,팀워크의 힘이다. 호텔 모든 직원이 하나로 뭉칠 때,최고의 서비스가 완성된다는 점을 몸소 배웠다. 45년간 카할라의 여러 현장을 거치며 얻은 깨달음을 한마디로 정리하면,‘진심’과 ‘협력’이다.

45년간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터뷰 하고 있는 로나 베넷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프런트 데스크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유명 인사와 귀빈들을 만났다. 1998년은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롤링스톤즈’가 처음 카할라를 방문한 해였다. 그해 처음으로 호텔을 방문한 유명 인사였다. 당시 프런트 데스크에서 지금은 작고한 찰리 와츠를 응대했다. 로니 우드가 쿨러를 들고 지나가는 모습도 봤다. 그들은 정말 체계적으로 움직였고 만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또 다른 기억은 영국 록 밴드 ‘더 후’(The Who)의 리더인 피트 타운젠드와 보컬리스트인 로저 돌트리가 호텔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러 왔을 때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매니저에게 달려가 “로저 돌트리와 피트 타운젠드가 왔어요”라고 외쳤다. 매니저가 “누구라고”라고 묻길래 “더 후예요(The Who)”라고 답했더니 “뭐(What)”라며 되묻더라. “아니,후라니까요(WHO).” 마치 코미디 장면 같았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앤서니 홉킨스 예약을 직접 담당했던 때도 생생하다. 그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프런트 입구 화분 뒤에 숨어있었다. 그의 아내와 일행이 차에 탑승한 뒤,앤서니 홉킨스가 파나마 모자와 슈트를 입고 등장한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영국 인사들 중 최고는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이었다. 프런트 데스크에 모든 매니저가 대기하고 있었는데 곧 유명인이나 귀빈이 온다는 신호였다. 모두가 엘리베이터를 주시하는 가운데 조지 해리슨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프로페셔널하게 응대하며 숙박이 편안했는지,짐 운반은 필요 없는지 물었다. 그리고는 혹시 마우이 섬으로 가냐는 질문에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내가 마우이 출신인지 물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고 답하자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다.

세계 정상들의 휴식처로도 유명한데,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들려달라.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 공은 내가 카할라 입사 전 카할라 힐튼을 방문했다. 선배들에게 그때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카할라 비치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카할라 해변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수영을 할 때면 백악관 경호원들이 해변과 바다,주변 곳곳을 철통같이 지켰다. 영화 촬영장 같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미셸 오바마 여사와 함께 카할라를 찾았다. 대통령이 재임 중에는 가족과 함께 라니카이에 있는 개인 저택에서 머물렀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힘든 순간은 어떻게 극복했나.

1995년 1월 25일은 카할라 힐튼이 공식적으로 문을 닫은 날이다. 호텔은 13개월 뒤 카할라 만다린 오리엔탈로 재개장했지만,그 시기는 사실 불안했다. 1994년 10월,쌍둥이가 태어나 육아에 전념할 수 있었던 점은 감사했지만 경제적 상황이 불안정해 걱정이 컸다. 그래도 가족과 함께 잘 견뎌냈다.

​자연재해도 있었다. 1982년 11월 허리케인 이와,1992년 9월 허리케인 이니키는 하와이 여러 섬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사건은 본토에서 발생했지만,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사건들로 많은 고객이 여행을 취소했지만 호텔은 그들을 배려하며 위기를 넘겼다.

​2020년에는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멈췄다. 2020년 3월 25일부터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했다가 5월 25일,근속 41주년이 되는 날 복직했다. 같은 해 6월,경영진은 호텔을 주민들에게 다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수십 년간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며 깨달은 점이 있다. 끈기와 서로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 변화 속에서 카할라 호텔이 60년 동안 명성을 지켜온 비결은.

돌고래가 살고 있는 카할라 호텔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비결은 ‘오하나’ 정신에 있다. 모든 직원이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사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가장 감동적인 점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왔던 고객이 성인이 돼 다시 찾아올 때다. 놀라운 건 그들이 이제 자신의 자녀들과 카할라를 방문한다.

부모가 돼 돌아온 고객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는다. 그들의 자녀도 이곳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간다. 세대를 잇는 추억과 연결이 카할라를 럭셔리 호텔 대명사로 만든 원동력이다.

카할라 호텔의 KISCA 프로그램을 소개해달라.

카할라 비치의 사람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KISCA(The Kahala Initiative for Sustainability,Culture,and the Arts)는 하와이의 미래를 생각하며 만든 프로그램이다. 지속가능성,문화,예술을 통해 호텔과 지역사회,방문객을 하나로 연결하고 하와이 문화를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방문객은 무료로 하와이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KISCA 특별 메뉴’ 수익 일부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해 고객이 본인 소비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다.

객실 예약부에서 근무 중인데,고객과 소통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호텔 객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신뢰와 정직이 최우선이다. 고객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예약부 조언을 믿고 따른다. 그만큼 정확하고 진솔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다. 문의에 성실히 답하고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소통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신뢰가 쌓일수록 투숙객은 편안하게 호텔과 소통하고,이는 긍정적 경험으로 이어진다. 결국 신뢰는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호텔 평판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부서 경험이 어떻게 도움이 됐나.

객실에서 바라본 카할라 비치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여러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고 팀워크의 가치를 깨달았다. 프런트 데스크와 식음료 부서에서 고객과 직접 마주했던 시간은 투숙객 니즈와 기대를 더 깊이 이해하게 했다.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실감했다. 결과적으로 고객 만족도는 높아졌고,호텔 운영도 한층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각 부서 업무 흐름을 파악하면서 협력의 중요성도 배웠다. 지금은 팀원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하고,어떤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그간의 경험이 모여 현재 내 역할에서 더 나은 성과를 만들고 있다.

한국 고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경험이 있다면.

호쿠스 레스토랑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한국인들은 웰니스와 미식을 사랑한다. 먼저 하와이 자연과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을 권한다. 무료 자전거 대여나 조깅 코스를 이용해 카할라 지역을 둘러보면 좋겠다. KISCA 프로그램으로 하와이 전통 꽃목걸이(레이)를 만들기나 KEIKI 아트(어린이를 위한 환경 교육) 활동도 참여할 수 있다. CHI 피트니스 세션은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다. 월별 프로그램은 호텔 웹사이트에서 미리 확인하고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식 탐험도 있다.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다섯 곳의 레스토랑이 있다. 호쿠스와 플루메리아 비치 하우스는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맛집이다. 호쿠스의 일요일 브런치는 한 달 전부터 예약이 필수일 만큼 인기가 높다.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시사이드 그릴,애프터눈 티가 유명한 더 베란다,정통 이탈리안의 진수를 선보이는 아란치노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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