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거장 오하드 나하린 “춤은 몸속에 갇힌 영혼의 해방”

2025-03-12 HaiPress

14~2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시발레단의 ‘데카당스’ 선보여

거울을 가린 연습실에서 서울시발레단을 지도하는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여러분은 몸 안에 갇혀 있어요. 모두 춤을 춰야 합니다.”

이스라엘 출신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73)에게 ‘춤의 의미’를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하린이 이달 14~2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과 선보일 작품 ‘데카당스’도 마찬가지다. 공연을 앞두고 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 작품은 춤을 보는 것을 넘어 모두가 춤을 춰야 한다는 생각으로 관객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데카당스는 나하린의 여러 작품을 발췌해 하나의 공연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그의 독창적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0년에 모국 이스라엘의 바체바 무용단 예술감독 취임 10주년을 기념해 첫선을 보인 뒤 매번 최신 작품 안무를 반영한 새로운 버전의 ‘데카당스’를 세계 무대에 선보여왔다. 이번 서울시발레단 버전은 1993~2023년에 발표된 그의 대표작 8편을 엮어냈다. 무용수들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의자를 활용해 펼치는 군무,유머와 즉흥성으로 무장한 관객과의 소통 등이 다채롭다.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테이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오하드 나하린. 사진=연합뉴스 나하린은 “서울시발레단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기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무용수 각자의 목소리와 섬세함을 선보이고자 작품 일부를 수정했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춤은 미래나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죠. 그런데 내게 현재는 이전에 있었던 모든 일의 총합이자 그 모든 순간의 연결입니다.”

그의 작품은 직접 창시한 몸의 언어 ‘가가’(GAGA)를 토대로 이뤄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무브’를 통해도 상세히 소개됐으며,신체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감각을 극대화하는 일종의 춤 훈련 방식이다. 나하린은 “가가는 우리의 엔진을 강화하는 언어”라며 “단순히 물리적으로 몸을 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약함을 인정하고 웃는 것의 미덕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힘들고 풀기 어려운 삶의 문제에 직면할 때 강한 엔진을 갖고 있으면 무거운 것도 가볍게 느낄 수 있죠. 무거운 걸 가볍게 느낀다면 이미 문제의 절반은 해결한 거나 다름없어요. 삶을 더 잘 살아내고,잘 다룰 수 있게 됩니다.“

그의 지론에 따라 무용수들은 틀에 박힌 기존 발레의 움직임을 넘어,자유로운 움직임을 선보인다. 원진호·남윤승 등 서울시발레단 시즌 무용수와 허준환 등 프로젝트 무용수까지 총 22명이 무대에 오른다. 나하린은 평소 무용수가 연습할 때 거울을 보지 못하게 지도하는데,이번에도 연습실 거울을 덮어 가렸다. 그는 “무용계가 거울을 써온 건 큰 실수다. 거울은 무용수의 영혼을 망치고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며 “우리가 일상에서나 농구,요리,수술 등 어떤 작업을 할 때나 거울을 보지 않듯이 춤을 출 때도 자신과 외부의 감각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오픈스테이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데카당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오하드 나하린(오른쪽)과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거울을 가린 연습실에서 서울시발레단을 지도하는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가운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면책 조항 :이 기사는 다른 매체에서 재생산되었으므로 재 인쇄의 목적은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지,이 웹 사이트가 그 견해에 동의하고 그 진위에 책임이 있으며 법적 책임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이트의 모든 자료는 인터넷을 통해 수집되며, 공유의 목적은 모든 사람의 학습과 참고를위한 것이며, 저작권 또는 지적 재산권 침해가있는 경우 메시지를 남겨주십시오.

©저작권2009-2020 서울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