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8 HaiPress

철야 작업을 끝내고 맞은 아침 밥상
숟가락 든 손등에 옹이가 깊어져 있었다
무릎 위 내 손에 지운
당신의 손깍지를 차마 치울 수 없어
밥상을 물리고 서둘러 나는
당신과 함께 저녁이 되었다
- 강연우 '신혼'
신혼의 한 장면을 빌려,인간이 세계와 맺는 관계의 근원을 은유하는 시다. 손등에 생긴 옹이는 인간이 세계 속에 자신을 새기려 했던 기록이며,동시에 세계 역시 내 몸에 새겨졌음을 뜻한다. 세계로부터 각인된 내 안의 흔적은 또 누군가에게 전이되고 그것은 비로소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그런 날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누군가에겐 새벽녘이지만 누군가에겐 저물녘인 시간들. 존재가 열리고 존재가 새겨지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한다. 그렇다. 우리가 마주한 하루의 끝엔 손깍지의 온기가 남아 있어야 한다.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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